옛동견

전경환

쎄니체니 2010. 5. 12. 08:33
2004-08-09 17:11:29 
지난 금요일.. 세은이는 보육원에 맡기고, 간만에 아내와 외식을 했습니다. 외식이라 해봐야 히카리가오카 쇼핑센터내에 있는 와카코라는 가게에 돈카쯔를 먹으러 갔드랬지요.. 그런데 밥은 한지 하루는 지난 듯 했으며, 고기를 씹는지.. 고무를 씹는지 모를 만큼 고기가 딱딱했습니다. 한마디로 제기랄이었지요.. 일본에서 먹은 돈까쯔 중 압도적으로 맛대가리 없는 집이었습니다.
오늘 마침 아내가.. 제가 일하고 있는 아카사카의 모회사 건물과 같은 빌딩에 있는 L모회사의 면접이 있어서 같이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은 당근 돈카쯔 였습니다. 와코라는 체인점인데.. 밥도 맛나고 고기도 맛나고.. 이 정도는 되는 걸 먹여야지 하면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간단한 돈카쯔하나도 제대로 못만들면서 장사 해먹는 사람도 있고.. 간단한 돈카쯔지만 정말 맛있게 만드는 집도 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회사를 들어가고 첫 달 월급을 받은게 2월.. 3월에는 우려했던데로 월급이 안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장은 투자를 받는데로 주겠다고 했지만.. 당장 한 달을 먹고 살만한 돈이 없는 저로서는 곤란해서 죽을 지경이었지요.. 때마침 이 놈 사장이 결혼하라고 꼬득여서 과감히? 결혼날짜를 잡았는데.. 5월이었습니다. 난감함에 치를 떨수 밖에 없었지요..

투자.. 이거 말이 쉽지 어떤 바보가 쉽게 돈을 내놓겠습니까?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사장이하 모든 직원이 사업계획서 만들기에 매일 같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사기계획서를 만들었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작업들이었습니다.

투자처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세상에는 브..로..커라는 인간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별별 브로커도 많습니다. 특히 잘 안되는 회사에는 그런 인간들이 아주 많이 꼬이죠.. 잘되는 집에는 브로커가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우리에게 접근한 브로커는 전두환과 친하게 지냈다는 일본인들이었습니다. 이 이름은 월급을 못받는 한국인에게 아주 구미가 댕기는 이름입니다. 왜냐면 다들 알다시피 이 사람이 은폐, 은닉한 재산이 아주 많다라는 것은 다들 알기 때문이었고.. 특히 어설피 그 가능성을 알고 있는 한국인에게는 매력적인 것이었습니다.

브로커가 설명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전두환이 은닉한 재산이 몇 천억이 있으며.. 그 돈은 운용하는 것은 동생인 전경환이다..(아주 그럴 듯 합니다.) 이 인간들이 스위스은행에 숨겨 놓고 약 15년이 지났는데..(따져보면 더더욱 그럴듯합니다.) 이제 슬슬 그 돈을 세탁해서 돌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경환 역시 국제경찰(인터폴)이 감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신은 현금화 할 수가 없고.. 국제 금융 브로커(물론 그들은 국제 금융 투자단이라 하지 브로커라는 말 안씁니다..^^)인 자신들이 일부인 2000억을 현금화 하기로 약속 했는데.. 그냥은 안되고.. 그럴듯한 사업계획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바보가 그런 말을 쉽게 믿겠습니까만... 전두환과 함께 찍은 사진을 디내밀면.. 이성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맙니다.

이건 진짭니다.. 전두환이 어떤사람이며 전경환은 또 어떤 사람인가를 설명했더니.. 우리 직원들 또한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듭니다. 이제 됐다.. 우린 밀린 월급도 받을 수 있거니와 이제부터 제대로된 사업이 가능하다는 환상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는 2000억이나 되는 비지니스 모델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이 어렵냐는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직원 10명의 회사에서 그런 큰 돈 들어가는 제안서 따위 만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전화장사를 한다해도... 아무리 뻥을 치더라도 100억원도 안되는 돈이면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브로커를 설득시켜 1000억짜리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업계획서 내용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브로커 양반도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어느 정도 납득을 해주었고.. 모자라는 1000억에 해당하는 사업 계획서는 다른 회사에서 채우는 걸로 하고 일단락했습니다.

그 후, 그 브로커 양반(60이 훨씬 넘은 할아버지다..)과 같이 전경환을 만나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 당시 전경환은 어디에 있었냐 하면.. 홍콩과 마카오를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숨어지낸다?라는 것이 었습니다. 일본이나 입출국이 엄격한 나라에는 못오기 때문에 결국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홍콩에 가야 만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 없는 회사돈을 짜내서 홍콩행 비행기표를 샀습니다.. 당연히 통역과 제안서 설명을 위해 제가 뽑힌 건 두말할 필요도 없었죠..

이렇게 전 홍콩을 향해 떠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