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동견

거물

쎄니체니 2010. 5. 12. 08:35
2004-08-10 11:10:37 

어제 타케시 감독이 사회를 보는 TV타쿠르를 보셨는지요? 중간부터 대충 본 탓에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일본의 영토가 침범 당하고 있다는 내용.. 특히 독도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이 강제 점령을 했다는 듯한 말투.. 국제법상 일본의 영토라는 주장.. 만일의 경우 무력행사도 해야 한다는.. 참 어처구니 없는 발언들이..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도 못느끼기에 이 정도로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더운데 열들 받지 마시라고..

홍콩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임에도 덥고 습한 바람이 불었지요.. 아침은 호텔에서 부페를 먹었습니다. 그때까지만해도 브로커 양반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여유 조차 없었으며.. 그는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런 그와 하는 아침은 썩 유쾌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기분을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지요.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커피를 한 잔 마시는 사이에 그는 잠깐 어디 다녀올때가 했으며.. 약 30분간 자리를 비웠습니다. 돌아와서 하는 말이 우리가 만나러온 거물을 오후쯤에는 만날 수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희대의 착취자이자 거물을 드디어 만나겠구나...

오전엔 시간이 남기 때문에 관광이나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로서는 관광 따위보다 제안서나 한 번 더보고 연습을 한 번이나 더 해보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그의 뜻을 거스를 만한 여유 또한 없었기에 따라 나섰습니다..

홍콩을 제 집 드나들듯이 했다는 그가 저를 데리고 간 곳은 저 유명한 빅토리아파크 였습니다. 이동은 언제나처럼 택시 였습니다. 분명히 메타가 있었지만.. 빅토리아 공원까지는 편도.. 100홍콩 달러인가를  지불했던 것 같습니다.(그것이 엔으로 얼마정도인지 기억도 안나며... 내가 낸 것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빅토리아 파크는 홍콩도의 제일 높을 곳에 위치한 곳입니다. 홍콩일대를 볼 수 있죠. 구룡반도에서 바다 밑을 통하는 터널을 지나(그리 길지는 않았습니다.) 홍콩도를 넘어가니 길쭉길쭉한 건물들이 보였고.. 평일 임에도 어느 세계적인 도시가 그렇듯 차가 막혀 있었습니다.. 지저분해 보이는 건물도 있었지만.. 비교적 깨끗했습니다.. 어느 틈엔가 택시는 가파른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대관령을 넘어가듯 꾸불꾸불한 길을 정신 없이 오르기를 30여분.. 이윽고 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 위에 전망대 비슷한 곳도 있었지만.. 그가 굳이 올라갈 필요가 있겠냐기에 저역시 꼭 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요..(여기까지 왔으면 좀 올라가면 어때서..--;;) 그러나 워낙 높은 곳이어서 홍콩 일대가 한 눈에 들어 왔습니다. 홍콩도에서 중국대륙쪽으로는 우리가 지나온 바다가 있었으며 그 바다 위로는 커다란 화물선들이 들락날락하고 있었습니다. 바다의 폭에 비해 비교적 수심이 깊은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마치 부산과 같은 형태로 산 기슭에 많은 건물들이 서있었습니다.. 홍콩도 외곽으로는 넓디 넓은 바다만(태평양 이었겠죠?) 보였으며.. 근처에는 수많은 이름모를 섬들이 있었습니다.. 역시 여행을 가면 가장 높은 곳을 먼저 올라가봐야 합니다...

택시를 세워두고 있었기 때문에 오랜동안의 구경은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처럼 카메라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10여 분간의 구경을 마치고 다시 호텔로..

호텔로 돌아오니 그럭저럭 오전이 다 지나갔습니다. 대략 자료를 한 번더 확인하고 있자니 점심을 먹으러 가자는 것이 었습니다. 드뎌, 본토 중국요리 함 먹어보겠군..하며 따라 나섰는데.. 들어간 곳은 바로 옆 건물에 있는 한국 레스토랑이었습니다. --;; 약간 실망했지만..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한국 레스토랑 오너는 한국인 이었습니다. 한국어로 장사가 잘되냐는 둥.. 뭐가 맛있냐는 둥.. 간단한 인사도 했습니다.. 점심으로는 뭘 먹었는지 기억이 안났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그는 또 어딜 잠깐 다녀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허허..

그 사이에 이 집 주인에게 몇마디 물어봤습니다.. 혹시 같이 오신 분을 기억하시냐고... 그랬더니 알 것 같다고 하더군요.. 호오... 흥미가 땡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여사장님은 비교적 정확히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예전에 우리가 만나러온 거물과 같이 식사하러 몇 번 온적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대가 기대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죠...

그런데.. 이 여사장님이 우연히 던진 말에 모든 것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에어콘이 무척 세게 나오는 가게였지만.. 밖의 더위를 느끼기에 충분할 만큼..

"어르신은 아침에 오셨다가 가셨는데.. 오늘은 같이 식사 안하시나봐요?"

응? 이게 뭔소리냐.. 정말 이 거물이 이 근처에 있다는 말인데.. 어? 이거봐라?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두세시간의 시간차가 이렇게 멀고도 아쉽게 느껴지다니.. 계속 그를 기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아침과 마찬가지로.. 30여분 후에 돌아와서 다시 호텔로 돌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흠..

호텔로 돌아와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주는데.. 사실 거물이 묵고 있는 호텔은 바로 옆에 있는 호텔인데.. 연락이 안된다는 것이 었습니다.. 게다가 현재 홍콩에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이 안된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식당 여사장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목까지 넘어왔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한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습니다..
오후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대기 하고 있으라는게 그의 결론이었으며.. 의심에 찬 눈초리로 그를 쳐다봤으나 더이상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테레비를 켰으며, 그 지루한 기다림이 시작 되었습니다.. 영어도 쭝국어도 안되었기 때문에 스포츠만 봤습니다.. 뭔 럭비만 그렇게 해주던지.. 야구 이런거 해주면 얼마나 좋아...칫..

2시가 지나도, 3시가 지나도 도대체 연락은 없었습니다. 이윽고 4시가 되자 지루함에 지쳐버린 저는 잠시 나갔다 와도 되겠냐고 했으며.. 그는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습니다. 홍콩까지 올 정도면 만날 약속 시간 정도는 정했어야 하는 것 입니다.. 만날 약속 시간 조차 정하지 못하다니.. 그런데 사람의 냄새는 나는 것 같기도하고.. 도대체 뭐가 어찌 되었단 말인가?....

어제와는 반대 방향으로 걷기를 20분쯤.. 우연히 농구코트를 발견했습니다.. 어라? 오호.. 농구라.. 소싯쩍 쫌 해본 적이 있지.. 어디 끼어서 공좀 던져볼까?..
그런데 약간 문제가 있었습니다. 호텔에서 나올때 슬리퍼 비스무리한 것을 신고 나왔던거죠.. 슬리퍼 신고 농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주위에 신발 가게가 있나 찾아 봤지만 만만한 가게가 눈에 띠지 않았습니다.. 그래 뭐 공이나 몇 번 던지지머.. 하고 골대 주위를 서성이며 있었습니다.. 다들 친구들끼리 와서 끼어들기가 만만치 않았지만.. 20분 정도 기다리다 보니 사람이 부족한 곳이 있었습니다. 한국이나 홍콩이나 길거리 농구는 기다리면 자리가 나더군요..ㅋㅋ
저더러 영어로 뭐라 쒸불랑거리는데.. 대략 그런 신발로 괜찮겠냐는..ㅋㅋ 슬슬 하겠다는 영어가 모르겠더군요.. "아 윌 플레이 슬로우 슬로우"는 당연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제 머리 속엔 슬로우라는 단어만 떠올랐습니다.. 일순이었지만.. 그냥 "오케이오케이"를 연발하고 넘어갔습니다..

간만에 한 농구..게다가 슬리퍼 신구.. 잘 될리가 없었지만.. 후덕지근한 날씨에 좀 움직였더니 땀이 부쩍 났습니다.. 대략 한 겜 끝났나고 시간을 보니 호텔에서 나온지 한 시간이 훨씬 지나 있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나와 있을 예정이 아니었는데.. 하튼 농구만 하면 이렇게 시간을 잊고 맙니다.. 예전이나 그때나..--;;

서둘러 호텔에 돌아갔지만.. 그는 아예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제길.. 이럴줄 알았으면 한 겜 더하고 오는건데.. 쩝.. 샤워를 마치고.. 6시가 넘자 그가 밥을 먹으러 가자는 것입니다.. 그래.. 밥이나 먹자.. 이번엔 정말 쭝국집이겠지? 저의 착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가 저를 데리고 간 곳은 회전스시집이었습니다.. 돌아가는 것은 일본이나 홍콩이나 같았습니다. 단... 놀라운 사실.. 미쯔비스제 밥통에서 스위치를 누를때 마다 스시밥이 한 덩이씩 튀나오지 뭡니까.. ㅋㅋ.. 그 밥위에 알바생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비닐장갑을 한체로 회를 하나씩 얹어서 회전테이블 위에 놓더군요.. 회전스시 홍콩와서 참 고생한다 싶었습니다. 맛.. 그런 스시가 맛있을리가 없었죠.. 몇 접시 먹고 나머지는 생맥주로 배를 체우고 나왔습니다.. 다시 호텔로 돌아갔으며 그와 함께 호텔 라운지로 갔습니다.. 그는 칵테일을 한 잔 시켰고.. 저는 데킬라 더블을 시켰습니다.(위스키라 아는 건 나폴레옹하고 데킬라하고 씨바스 뿐인지라..^^)  그와 저는 이런 저런 말을 했으며.. 그는 첫 날부터 수백번이나 반복해서 해온 "홍콩여자 궁둥이는 사각형이다"라는 말을 또 몇 번이나 했습니다. 실제로 그런가 해서 신경써서 봤지만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뭐.. 벗겨놓고 보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시덥지도 않은 말을 하던중.. 슬슬 술기운이 오른 저는.. 도대체 여기까지 온 저의가 뭐냐고 약간 따지는 듯이 물었습니다. 어린 놈한테 그런 말투를 당한게 기분 나빴는지 그 역시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그런 거물을 만나기가 쉬운게 아니다..  이런 일은 몇 번이고 있다.. 등등 웃기지도 않은 소릴 하더군요.. 핏가 거꾸로 솟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며 확 엎어버리고 싶은 생각마져 들었습니다.. 결국 이런 거구나.. 이렇게 속은 거구나.. 일본 돌아가서 이 상황을 어찌 설명해야하나... 암담했습니다. 그렇다고 싸울 상대도 아니었으며.. 홍콩에서 일본으로 돌아갈 일을 생각하니 더 이상 싸움이 안되더군요.. 술을 많이 마신 것 같다고 방으로 돌아가자고 대충 자리를 마무리 했습니다. 저는 그 길로 편의점으로 가서 맥주를 댓 병사서는 연애질족 사이에서 미친 듯이 술을 마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예정된 비행기에 올라 일본에 돌아왔습니다.
올때 보다 더 무거운 심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