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동견

전운(戰雲)

쎄니체니 2010. 5. 12. 08:49
2004-09-24

간만에 올리는 연재인 것 같습니다. 회사를 옮기고, 세은이를 본다는 핑계를 삼아 게을러졌습니다. 그런데, 어제 수남이가 와서 여자친구가 재미있게 읽고 있는다는 얘길 해주더군요. 별것 없는 일기와 같은 이야기도 재미있게 봐주신다는 얘길들으면 더이상 게을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이언트는 사내에서 유명한 존재였습니다. 들어가는 조직은 다 와해시키는 훌륭한 능력을 가졌다는.. 처음엔 그 말뜻을 잘 몰랐습니다만, 그와 조금 일을 해가면서 금방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유일하게 따르는 사람은 실장님 뿐이었고, 그 외에는 전혀 그의 상대가 되질 못했습니다. 자신의 윗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을 따라주지 않으면 100% 이지매의 대상이 되었죠. 게다가 공공연히 "저자식은 꼭 짜를거야"라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원래, 상사가 멍청하면서 부지런한게 가장 곤란합니다. 그는 현실과 이상의 구별이 가장 안되는 스타일로 모든 것이 이상에 따라 행동하는 저지능 행동파 였습니다.

항상 그와 부딪히지 않게 조심했지만, 얼마 못가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제가 어렵게 영업을 통해 판매한 솔루션이 있었습니다. 금액은 별볼일 없었지만, 가만히 있어도 매달 일정 마진이 들어오는 그런 제품이었습니다. 똑같은 제품을 두 곳에 팔았는데 먼저 공급하는 곳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6월 납기 예정이었는데, 9월까지 납기를 맞출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당히 곤란한 일이었지만, 어디까지나 메이커측의 문제였고, 저희측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연일 메이커측과 회의를 가졌고, 상대방회사와도 간신히 양해를 받아 일단락 되는 듯 싶었습니다.

이제 겨우 한 숨 놓겠다 싶었는데, 자이언트가 갑자기 남은 한 곳의 일정은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처음 도입하는 곳이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 대한 납기는 물론 다 확인하였고, 아직 일정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 친구 들어먹질 않습니다. 메이커측 사람들 포한 10여명이 있는 자리에서 갑자기 소리를 버럭지르며, 문제가 있다면 있는 거지 무슨 말이 그리 많냐.. 내일 당장가서 사과하고 오라..

미치겠더군요. 그래서, 저도 화를 내버렸습니다. 이미 몇 번이나 확인한 상황이고, 문제 없는 상황인데 왜 사과를 해야하냐.. 여태 진행은 내가 해 온 거고, 자세한 상황은 당신은 모르지 않느냐.. 담당자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 대 쳐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럴수야 없었죠.. 더 답답한 것은 사정은 뻔히들 알면서 누구도 말을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모른척들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다음날 방문해서 사과하는 것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회의가 대충 끝이나고, 기분도 더럽고 해서 바로 퇴근 하려고 가방싸서 나갔습니다. 꼬이는 날은 이상하게 꼬이는 법인가 봅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 자식과 다시 맞주쳤으며, 그 자식은 저에게 어딜 가려고 하느냐.. 할 얘기가 있다.. 따라와라..

따라갔죠..^^;;

제 위의 상사는 그와 동료이지만, 직급은 하나 높았습니다. 엄밀히 말해 자이언트보다 상사인 셈이지만, 자이언트의 영원한 꼬봉이었습니다. 상황 뻔히 알면서 자이언트가 말하는데로만 움직였습니다.

세명은 다시 회의실로 들어갔으며, 자이언트의 일방적인 설교 시간이 시작 되었습니다...

"너 임마, 네가 누군줄 알고 회의하는데 그런 반론을 하는거야"
(나의 생각) 이 씨댕아, 너 똘아이인건 세상사람들이 다 알어.. 그리고, 내가 바른말 하는게 그리 꼽더냐? 먼저 시비 건게 누군데..
(나의 답변) .....................

" 하라면 하는 거지 뭐그리 말이 많어.. 죽을래?"
(나의 생각) 따라 나와... 함 붙자.. 이게 육군 병장은 짤짤이로 딴줄 알어?
(나의 답변) 하이--;;

" 니가 일본 비지니스에 대해 알어? 당장 낼가서 사과하고, 담부터 게기지마.. 회사 짤리고 싶지 않으면.."
(나의 생각) 존나 일본 비지니스가 이런건지 첨알았네.. 짤러? 짤르기 전에 내가 먼저 관둔다.. 관두는 날 육군병장 임병장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개쉐...
(나의 답변) 하이 --;;

대략 뭐 이런 내용입니다. 대부분 설교 하는 놈들이 그렇지만, 같은 내용으로 리플레이를 계속하지요.. 결국 두시간에 걸쳐 지겹도록 설교를 듣고 끝냈습니다.

이 일이 있으면서 입사 몇개월만에 진지하게 회사를 그만둘 생각을 했습니다.
이때가 2003년 7월 정도 였으니, 그가 우리부서에 온지 2달만의 일이었습니다.
세은이가 엄마 배속에서 무럭무럭 자랄 때였죠..




담비 (2004-09-24 18:09:55) 코멘트삭제
저랑 동연아빠도 팬이람니다. ^^.. 다음 이야기도 넘 기다려지는데요~
수남친구^_^ (2004-09-24 20:04:43) 코멘트삭제
안녕하세요**^^**제가 읽고 있다는 걸 아셨으니까 인사도 드릴 겸 글을 남깁니다. 그냥 읽고 있는 게 아니가 감동 받으며 읽고 있어요Y.Y 나중에 한국에 돌아오셔서 책으로 출판하셔도 줗겠어요 o(^o^)o 이쁜 가족의 일본 정착기로...그럼,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참, 이제 세은이 열이 내려 다행이에요)화이팅!!하세요.
임익현 (2004-09-27 10:34:38)  
팬까지야..^^;; 책이라뇨.. 누가 사준다고.. 대신 제가 연재다 끝나면 필요하신분께 프린터해서 이쁘게 제본해서 드릴 용의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