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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동견

일본 온천에서 혼욕하기 2


2004-02-10 18:27:41

어제 간만에 MSN을 통해 아키타 대학시절에 알고 지냈던 영국인 친구 크리스와 잠시 얘길했다.
이 친구는 아키타 고등학교의 영어 선생으로 와서 아키타 대학에서 일본어를 공부 하면서 나와 알고 지냈는데, 지금은 기자가 되어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다고 한다. 이 바람둥이 크리스는 여자도 없고, 술도 없는 사우디가 미칠만큼 싫다고 한다. 얼마후면 파리로 간다고 하는데, 그 때만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정말 부러운 친구다.(물론 그 친구와는 일본어로 얘기한다.  영어로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크리스가 나의 영어를 이해 못하기도 하고, 뻔한 단어의 반복이라서 상당히 싫어한다...)  

아키타시에서 약 2시간 정도 들어가면 乳頭온천이라는 곳이 나온다. 아키타가 워낙 눈이 많이 내리기도 하거니와 깊은 산 속이라서 겨울이면 눈이 3~4미터는 기본으로 쌓여있는 원시적인 기분은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깊고 깊은 산속에 온천이 있는데, 왜 유두나고 하냐면 상상하는데로 온천의 물 색깔이 우유빛이기 때문이다.
우리 일행은 도착을 했고, 일인당 500엔씩(전국적으로 유명한 온천치고는 상당히 싼편이다.) 내고 온천에 들어갔다. 여자들은 당연히 여탕으로 들어 갔다. 남자들도 당연히 탕에 들어 갔다. 단, 남탕이라는 팻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여탕은 안들어가봐서 모르지만, 들은 바에 의하면 작다고 한다. 혼욕이 가능한 이 일반탕은 상당히 넓다. 눈이 내리는 추운날 깊은 산 속, 따뜻한 노천탕에 들어가는 기분을 꼭 여러분들도 느껴 보셨으면 좋겠다. 나의 허접한 글로서는 도저히 형용할 수가 없다.

물론 우리가 들어간 탕에는 우리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탕 안에서 손을 뻗은면 눈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눈을 뭉쳐 던져보기도 하고, 밑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원천을 찾아서 이리저리 옮겨 다녀보고도 했다. 일본애들은 온천이든 목욕탕이든 꼭 수건으로 거기를 가린다. 보통 한국남자들은 당당하다^^;;
탕에 들어가면 그 수건을 머리 위에 올려 놓고 수건이 탕의 물을 더럽히지 않도록 한다. 우린 유일한 부끄럼가리게 역활의 수건을 서로 빼앗아 멀리 눈밭에 던지는 장난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정작 즐거운 시간은 이제부터 였다.. 요새말로 몸짱, 얼짱이었던, 폴란드의 안나와 미국 여자애, 독일 여자애들이 남탕?에 들어 온 것이다. 이유인즉은, 여자들끼리 목욕하는 건 재미 없다는 것이다.
역시 서양애들의 오픈된 사고방식은 우리를 무척이나 흥분?되게 만들었다..^^;;;(일본 여자애들은 절대 안들어 오더군..) 비록 큰 타올로 칭칭 감았다고는 하나 이 길쭉길쭉한 애들과 같은 탕 안에서 온천을 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할 만큼 충격적인 것이었다.

일본에는 아직도 혼욕할 수 있는 곳이 남아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동경 근처에 그런 곳은 별로 없다. 아키타와 같은 지방에서도 한 참 들어간 곳에나 있다. 혼탕을 기대하는 한국의 남성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만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정말 미안할 뿐이다....단, 카시키리(우리나라말로 전세...)온천은 동경 근처에도 많이 있다. 딱 두사람 들어갈 만한 욕조의 온천이다.
언젠가 꼭 아내와 이 카시키리온천에 가보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