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바람이 무척 불더군요. 이젠 바람만 좀 불어도 아이가 잠에서 깰까 조바심이 납니다..
물장사, 전화장사로 정신없이 시간은 가고 있었지만, 통장에는 돈 한푼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주 가끔 비정규정으로 10만엔.. 5만엔 정도씩.. 간신히 밥 사먹을 수 있을 만큼만 사장마누라가 줬죠.. 이런 생활이 3개월이 지났지만.. 누구탓을 할 상황도 아니었고.. 열심히 사장 따라다니면서 투자 받을 궁리만 했습니다.
학교 시절부터 오랜동안 사궈온 아내와는 회사를 옮기기 전에 결혼을 하기로 했고.. 날짜는 5월 4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일본에 사는 분들이 다들 그렇지만 4월말부터 5월초에 결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골든 위크가 끼어있기 때문이죠.
결혼 날짜는 시시각각 다가오지요. 회사생활 2년간 벌어 남은 거라곤 언제 바닥날지 모른 정도의 돈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안나오고.. 결국 어머님께 사정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최소 비용만 가지고 결혼을 했습니다. 용캐도 그런 조건에 시집와준 아내.. 얼마나 저를 좋아했으면 그랬습니까..^^;;(위험성 발언이므로 여기까지..ㅋㅋ)
일본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가장 큰 일을 치루게 되었던거죠.
5월 4일이 왔습니다.
저는 그 전날에나 한국에 들어갔습니다. 아내는 입버릇처럼 저에게 결혼공짜로 했다고 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전날 한국들어가 술한잔 마시고, 그 담날 식을 올리고 호텔가서 일박하고 신혼여행을 떠났으니까요..ㅋㅋ
신혼여행에서 돌아와서 저는 혼자 일본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내 직장 문제를 이유로 먼저 돌아왔지만, 실은 그 때까지도 집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물며 짐승들 조차도 암컷을 들이 전에 살 집은 만들어 놓고 꼬시거늘... 그 땐 정말 남자 체면 말이 아니었죠...
그 때까지 후배들과 이타바시에서 살았습니다. 방 2개에 거실 하나 딸린 방에서 최고 많은 때는 8명도 살았습니다. 주변환경은 최악으로 서울로 치자면 동부간선도로와 올림픽 대로가 교차하는 바는 옆에 살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4시간 시끄러웠으며, 공기는 매연 그자체였습니다. 한 여름이었지만, 창문도 못열고 지냈죠.. 그런 방이었지만.. 한 달에 2,3만엔으로 생활이 가능했으므로 그나마 지낼 수 있었죠.. 하지만, 결혼까지 한 마당에 그 집에서 계속 살 수는 없었습니다.
이사를 준비해야하는데, 일본은 월세를 구할때 처음에 들어가는 돈이 월세의 6개월치가량을 내야합니다. 보증금이 두 달, 방빌려줘서 고맙다고 주인께 바치는 돈이 두 달, 부동산 한 달, 첫 달치 월세 한 달.. 10만엔짜리 집을 빌릴 경우 60만엔은 있어야 가능합니다. 물론 한국인인 저에게 집을 흔쾌히 빌려 주는 경우는 100집 중에 한 두 곳 뿐이었습니다..
어째든 집을 구하러 다녔고, 사장한테는 계약시 꼭 돈을 달라는 약속을 하고.. 고생끝에 구한 집이 헤이와다이였습니다. 집앞에 도로가 없었으며, 큰 슈퍼도 있었고, 주변엔 밭도 있어 그럭 저럭 살만 했고, 집도 10만엔 치고는 꽤 큰 편이었습니다. 부동산에 내놓은지 하루만에 제가 찾아 왔다면서 주인은 까다롭지 않게 계약을 해주었습니다. 사장도 어디서 구해왔는지..계약금을 주더군요.. 살얼름판을 걷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결혼하고 한 달이 지나서야 아내가 일본에 왔고.. 이사를 했습니다.
아내는 이런 상황을 이해해줬고.. 자신이 꿍쳐둔 돈이 있으니까 한 두달을 걱정말라는 위로를 해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꿍쳐둔 돈 어찌 됐지? 흠흠...)
이렇게 일본에서의 험난한 결혼 생활이 시작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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