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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동견

결전

2004-09-27 14:20:45 

 
새벽까지 작전회의는 계속 되었습니다.
싸움을 시작할때는 우선 용기가 필요했고,
그 가상한 용기를 뒷바침 해줄 지략과 전술이 필요 했습니다.
기본 시나리오를 정했으며, 시나리오를 벗어났을 경우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를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의명분이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것은 긍정적이며 능동적인 대안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그냥, 불만을 늘어 놓는 것 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리라 판단했습니다. 상대방도 몇 십년간 이 방면에서 경험이 있는 부서장이었기 때문에 결코 쉽사리 넘어오리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모인 것은 팀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사기를 저하하는 자이언트를 팀에서 배제해주길 바라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부서의 다수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각 개인은 자이언트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저희는 자이언트를 부서에서 빼주시길 바라며, 그것이 관철되지 않는 다면 이자리에 모인 사람들만으로 팀을 운영해 지금과 같은 사업을 해 가겠습니다. 물론, 저희만의 목표매출을 정해 그것을 책임지며 해가도록 하겠습니다.

상기가 주요 골자였다. 중요한건 자이언트가 팀에서 짤려나가는 것이었으며, 어려울 경우 최소한 자이언트가 향후 독단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기본적인 전략은 세워졌고, 나머지는 나머지 4명의 뜻을 어떻게 모으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이 되었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계획을 설명하고 동참하길 부탁했습니다. 다행이도 한 사람 빼지 않고 다들 동참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침 9시 반.. 6명의 동지가 있었으며, 11시에 결행하기로 했습니다. 다행이 자이언트는 병원에 가는 날이라 오전에 회사를 오지 않았기 때문에.. 절호의 찬스 였습니다.

11시..6명..아니 5명이(이 중요한 순간에 한 놈이 외출이라는 핑계로 도망 가버렸다..) 실장님을 회의실로 모셨고.. 어떨떨해하는 실장님은 미적미적하며 따라 왔습니다.

넘버2의 말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자이언트와 같이 일을 못하겠다.. 그래서 모였다.. 원하는데로 시작이 되는 듯 했으나.. 날카로운 실장은 우리가 원하는데로 가질 않았습니다. 괴성을 질러가며 이게 어른들이 할 짓이냐.. 뭔 짓들이냐.. 우리도 지지 않고, 실장님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우리 말을 끝까지 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실장님은 역시 날카로웠는데.. 그럼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한 사람씩 말해봐라하면서 제일 말 잘못할 놈부터 시키더군요. 이런 경우 첫번째 말하는 사람이 잘 못풀면 전체가 헷갈릴수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내가 얘기하겠다고 했지만.. 끝까지 실장님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야마다.. 너부터야.. 말해봐.. 뭘그리 열받았어..."
"에...또... "
(이 자식 버벅거리기 시작한다..)
"저는 짦은 시간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뭐라 드릴 말씀 없습니다만..
예를 들면, 견적을 받는데 시간도 없고 한데..꼭 2회사 이상 받으라는 둥 어쩌고 저쩌고...밥먹으러 가는데.. 꼭 데리고 가려고 하고.. 어쩌고 저쩌고.."
(지랄 옆차길 해라.. 그게 문제야? 어휴 내 미쳐버린다...)

실장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야.. 그거 문제야? 그거 뿐야?"
"아..예..예..제가 느낀 건 이 정돕니다.."
(잘한다...잘해..)

"야, 다음 너..."
실장님은 또 같은 수법을 쓰려한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실장님.. 가장 스트레스 많이 받은건 접니다. 제가 대표로 말씀드리죠.. " 실장님의 허락 없이 지껄이기 시작했다..
"이 놈은 누구 편으로 붙으라고하면서 분위기 조지고..어쩌구 저쩌구, 실무도 모르면서 이론만 논해서 일을 이중 삼중으로 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어쩌구 저쩌구.. 말도 안되는 일로 이 놈 저놈 붙잡아 놓고 2시간씩 설교하고.. 개인 사정까지 참견하고.. 난리도 아닙니다. 같이 있는한 말도 섞기 싫은 뿐 아니라 쳐다보기만해도 짜증이 납니다.. 더 이상 못해먹겠습니다. 이건 다들 같은 생각입니다.."

그제야.. 다들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다들 그간 겪은 고통에 해대 한마디씩 했고.. 실장님은 상당히 곤란한 눈치였다..

그러나, 실장은 누구였던가.. 대기업의 실장이나 부장은 거저로 해먹을 수 있는게 아니다.. 우리의 강공을 빗겨 치기 시작했다..

"안다.. 그 자식.. 전 부서에서도 그렇게 해서 여기로 왔다. 여기서 쫓아내면 갈때가 없다.. 너희들이 이해해야한다.."
아.. 저런 난해한 공격이 있단 말인가.. 잠시 딜레마에 빠졌지만.. 단호해야한다..
"우린 그가 우리 부서에서 없어지는 것이 베스트라고 생각합니다만, 다음 인사 이동까지 기다려야한다면.. 그를 혼자 단독 팀으로해서 앞으로 발언권을 없애주싶쇼.."
계속된 강공이었다..
"그 자식.. 알다 시피 몸도 많이 아프잖냐..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너희들이 참아라.."

실장님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자신은 더이상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무책임 작전에 들어간 것이다..
어려웠다.. 역시 생각처럼 쉽게 해결이 되질 않는다...

"그럼 그에대한 처분을 생각해주시고, 다시 한 번 이런 기회를 갖어주싶쇼.. 길어질 경우 사업부장이나 사장님께 직접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분명히 해주셔야 합니다."
타협이었다.. 실장이 판단할 시간을 줘야지만 될 것 같았다..
실장은 알았다고 했고.. 그렇게 결전의 시간을 마치게 되었다..

이것 저것 입바른 소리 한 내가 얼마나 미웠겠냐만.. 차마 나를 잡진 못했고.. 평소에 그다지 감정이 좋지 못했던.. 넘버2에 대한 원한이 더 쌓인 결과가 되었다..

그날 이후 실장은 공공연히 넘버2는 용서 못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하여튼.. 우리는 실장의 결론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어수서한 분위기에 일이 제대로 될리가 만무했다..
이렇게 운명의 시간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