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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동견

찬스

2001년 6월 어느날...
" 너 혹시 일본에서 일 해볼 생각있냐?"
" 어? 그런 자리가 있나? 그럼 소개라도 해줘바라.."

재팔이와의 짧은 전화는 첫 회사 생활의 메너리즘 속에 빠져 있던 나에게는 뜻밖의 신선한 제의였지만...대수롭게 여기지도 않았다. 설마 일본에서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직원 60여명이 일하는 조그만 벤처.. 사장님이 여자라서 비교적 유명세를 타고 있었고.. 삼성SDS출신 사내 벤처 1호라는 점에서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서 성장을 해왔다. 저 유명한 네이버 모자의 디자인... 한 참 때의 유니텔 디자인과 운영을 일년 턴키로 받아서 하던 회사였는데.. 유니텔의 쇄퇴, 경쟁업체의 성장으로 소위 웹에이전시 업계에서 고전을 시작했던 것도 아마 그 무렵 부터였던 것 같다.

입사 할 때만해도 공채로 12명이 같이 뽑혔다.. 어지간한 벤처에선 쉽지 않은 확장이지.. 그런데 입사 6개월이 지나자 10명을 내보내겠다고 한다.. 위기 였던 것이다.... 더 않좋았던 것은 일을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6개월만에 지쳐버렸다는 것이다.. 아마 그때처럼 일 열심히 한 적도 없을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내가 일본에 와있었던 일 년간,, 한국은 너무나 바뀌어 있었다. 컴터로 할 줄 아는 건 한글 뿐이었다.  IT는 내게 너무 먼 세상이 었고.. 영어 만큼이나 컴터 세상은 내게 멀기만 했다... 그런 나를 받아 준 회사가 넘 고맙기도 했고... 그런 나를 소개해주고 힘써줬던 형님들께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도 했으며... 열심히 하면 나도 유능한 온라인 인간이 될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원동력이었다.. 잔업수당이 안나와도 막차를 탈때까지... 일이 없어도 막차를 탈때까지 회사에 있는 날이 많았다.. 사이트 제안이라도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밤샘 작업을 하기도 했다...

비록... 얼마 못가 현실을 깨닳기 시작하면서 극도로 흥미를 잃기 시작했지만... 내겐 0과1의 차가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드라마남편 (2004-06-17 19:26:44) 코멘트삭제
일본의 성공기를 쓰시는군요.. 잘 읽겠읍니다. 연재물로 만들어주세요..
lim (2004-06-17 21:12:02)  
세상에... 성공기라뇨..--;; 남들 들으면 비웃습니다요... 그냥 정리하는 기분으로 두서 없이 적었습니다..
드라마남편 (2004-06-17 22:57:13) 코멘트삭제
비웃다니요? 그사람들 있으면 제가 가만두지 않습니다.
쥔장 마누라 (2004-06-18 09:26:18)  
ㅋㅋ 신랑 그 시절이 생각나는구려~맨날 야근에 여친은 눈꼽만큼도 챙기지 않던 그시절이...ㅋㅋㅋ그때 알아봤어야 하는디...ㅋㅋㅋ 결국 회사 때려치게 맹글었지만 말이여..오호호호~
담비남편 (2004-06-18 14:29:45) 코멘트삭제
SDS 벤쳐1호면 디자인스톰인거 같은데...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무지 잘나던 때가 있었던거 같은데...내가 지금 다니는 일본법인회사는 SDS벤쳐30호쯤 될라나...나도 밤새도록 일했던 옛날 생각 네요...
쥔장 (2004-06-22 11:35:13) 코멘트삭제
디자인스톰 맞습니다..ㅋㅋ 지금은 만화영화 제작 회사로 바꿨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나 저나 조만간 만나뵈야죠.. 제가 정신 없이 지내느라.. 죄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