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아 들어간 회사는 소위 IT벤처였다. 어디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이 쪽 업계 또한 사용하는 단어부터 적응해야 했다. 온라인이니 오프라인이니.. 비투비니 비투씨니.. 사이트의 아이덴티티가 있니 없니.. 고객의 로얄티를 확보하기 위한 컨셉이 이러다 저렇다... 그나마 친근함을 가질수 있어던 단어가 '허접하다' 정도였을까?
어느 날은 우리네 여사장님의 어느 잡지 기자와 인터뷰가 회사내에서 웃음을 산 적이 있다.. 그 당시 35살인가 했던 사장님께 기자가 결혼은 안하냐는 질문에. "컨셉이 맞는 남자가 없어서 못하고 있다" 라 했다. 평소에도 뭔말만해도 컨셉이 나랑틀려.. 그 컨셉은 아니야..라고 늘 컨셉을 입에 달고 달았던 사장님이었다. 지금이야 어색하지도 않는 말이지만, 가치관이나 성격 까지 컨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참으로 어색한 일이었던 것이다..(2003년부터는 컨셉은 "코드"라는 단어로 바뀐듯하다..--;;)
업계용어들 중 대표가 아마 "벤치 마킹(benchmarking)"일 것 같다. 업계에서는 너무나도 일반적 단어라 설명하기도 뭐하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경영학에 있어 측정기준이라는 뜻한다고 한다. 같은 업종의 상위 회사들의 관리방법등을 연구 분석해 자신들에게도 적용한다..뭐 이정도.. 더쉽게 말해볼까? 일본어로는 파쿠리요 한국어로는 배끼기라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표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실제로 회사에 들어가서 시작한 일은 웹사이트를 기획하는 일이었고, 쥐뿔도 모르는 내가 뭘 할 수 있겠냐.. 남들이 한 거 보고서 좋아 보일만한 것 들을 다 적용하는 정도지.. 실제로 이 벤치마킹은 온라인 비지니스 지식이 전무한 나에게 아주 유용한 방법이었다.. 사이트의 구조라든지.. 메뉴의 선택... 등 남들이 여태 해온 것들을 선택적 적용을 하기만 했으면 되었으니까...
벤치 마킹은 어디까니나 합법적이 것이며, 정당한 노력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기에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벤치마킹은 결국 베끼기이거나 표절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새로운 것들은 벤치마킹에서 나오기 보다는 푸른 잔디를 보거나, 공원에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보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있을 때나, 재미있는 소설을 읽었을때 생기는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벤치마킹은 당시의 나에게 있어 편리한 도구 였긴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막아주기 시작한 벽같은 존재였기도 했다..
입사후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렇게 해서 점점 온라인 업계의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