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동경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였습니다. 지난 1년간 매주 주말 연습을 했는데, 처음에는 1키로도 뛰기 힘들었습니다. 연습을 시작하고 6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10키로를 뛸수 있었습니다만, 연습량은 결코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에 불안했습니다. 특히, 지난 1주일은 하루도 12시 이전에 일이 끝난 적이 없었고, 목요일 철야, 토요일에도 1시에 일이 끝났습니다. 잠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죠.. ~출발~ *7시: 집에서 출발. 그 좋았던 날씨는 어디로 가고..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재작년 인라인 마라톤 대회때도 그랬다.내가 마라톤만 나가면 비가 내린다..--;; *7시 40분: 신주쿠 도착. 도청역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어제산 짧은 바지를 입고 뛸 것인가? 긴 타이즈를 입고 뛸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왕 산거 입기로 뛰기로 결심. 이때의 판단이 나중에 얼마나 큰 후회의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8시 20분: 정과장님, 장상과 합류.. 회사에서 준 촌스런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 보니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저거다!! 응원 나온 사람 같은데.. 불쌍한 얼굴을 하고 이거 어디서 주냐고 물었더니... 한 장 가져가라고 하길래.. 모른척하고 받았다.. ^_^ *8시 45분: 스타트 라인에 정렬.. 빗방울이 더욱 거세졌다. 움직일 만한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서서 추위를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추웠다. 그나마.. 사람들이 밀착하자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졌다. 며칠전 남극의 펭귄들이 겨울을 나는 영상을 본 적 있는데.. 그야 말로 펭귄 효과 였다.. *9시 10분: 드디어 출발.. 대군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다리고 있을 때와는 또다른 긴장이 밀려 온다.. 이시하라 도지사는 털달린 잠바를 입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따뜻해 보였다. *9시 45분(5키로, 이이다바시): 출발 순서는 이 때 신청한 기록을 기준으로 빠른 순서대로 빨리 출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나는 3시간 30분이라고 신청했다. 덕분에 상당히 앞쪽에서 출발했는데..^^;; 모두들 페이스가 상당히 빠르다. 초당 몇 십명이 나를 앞질러 가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말리면 안되는 것이다.. 그냥 내 페이스를 유지했다. 신주쿠에서 카부키쵸를 지나가는 도중(약 1키로 지점) 야마노테센 철길 밑에서 벽을 보고 있는 수십명을 발견했다.. 하나 같이 남자들.. ㅋㅋㅋ *10시 15분(10키로, 황궁): 비도 그쳤고, 순조롭게 뛰기 시작했다. 덕분에 추위도 어느 정도 잊을 수 있었다. 주위는 여전히 내 페이스보다 빨랐다. 조금 뛸만하길래 스피드를 올렸다. 뒤집어 썼던 비닐을 벗어 던졌다.. 5키로 30분.. 구간으로 봐서는 가장 빠르게 뛰었다. *10시 48분(15키로, 시나가와): 약간 피로하기 시작했지만.. 순조로웠다. 여전히 주위이 페이스는 나보다 빨랐다. 시나가와에 가까워졌을때.. 세븐일레븐 직원이.. 큰목소리로... " 暖かい肉まんはいかがでしょうか?"(따뜻한 왕만두는 어때요?) 웃음이 나왔다.. 너 같음 뛰다가 그게 목에 넘어 가겠냐!! *11시 27분(20키로, 황궁) 시나가와를 유턴하자 마자.. 빗방울이 굵어 지더니.. 바람이 불었다. 아!.... 체온이 순식간에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낀다..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비닐을 버린 것이 너무 후회되었다. 남들이 버리고 간 비닐도 없다. 유일하게 포기라는 것을 생각한 구간이었다.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뛰다가 허기를 느끼긴 처음이었다. 어떤 할머니가 사탕을 나눠 주길래.. 냉큼 2개 받았다. 손이 얼어서 사탕비닐을 찢을 수가 없었다. 이빨로 뜯어서 2개 한꺼번에 넣었다. 이 사탕이 없었으면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12시 9분(25키로, 아사쿠사) 엄청 추웠다.. 주위의 페이스 따윈 기억도 안나고... 춥고 배고픈걸 어떻게 해결 해야 했다. 사탕을 먹고 5분 정도 지나자 몽롱했던 정신이 되돌아 왔다. 우선, 누가 버리고 간 우의를 주어 입었다. 22키로 지점에서는 바나나, 빵을 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기대를 하면서 뛰었으나, 이미 배식은 끝나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돈이라도 있었으면 편의점에 들려 따뜻한 왕만두라도 하나 사먹으련만.. 스타벅스의 카페모카 한잔만 마시면 살 것 같은데. 평소엔 먹지도 않던 요시노야 소고기 덮밥은 왜그리 냄새가 좋은 것이며, 맥도날드 간판은 왜그리 눈에 많이 들어오는지... 스시만 빼고.. 먹는 생각을 하면서 뛰었다.. 다행이도 거리에서 응원하는 사람들 중에 초콜릿이며 사탕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무조건 길옆으로 뛰었고.. 주는 사람마다 하나씩 받아 먹었다.. 아마도 최근 몇년동안 먹은 초콜릿, 사탕 보다 더 많이 먹었을 것이다.. *12시 52분(30키로, 쿠라마에) 계속해서 추웠고.. 배고팠다.. 그냥 먹을 것만 계속 생각했고.. 누가 사탕하나 안줄까 눈에 불을 키고.. 달렸다. 여전히 배식소에 남은 빵, 바나나는 없었다... 앞으로도 얻어 먹지 못할 것은 뻔했다.. *1시34분(35키로, 긴자/쯔키지) 먹는걸 찾아 헤메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버렸다. 역시 긴자.. 인심은 제일 좋았다.. 오니기리도 하나 얻어 먹었다. 달리면서 먹는 밥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다. 걷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2시 14분(40키로, 시노노메) 이 길은 작년부터 셀수 없이 다닌 길이다.. 새로 구입한 멘션이 보인다. 거의 다 온 것이다. 해도 뜬다.. 주위는 거의 걷는 사람들 뿐이다. 출발할 때와는 역으로 초당 몇 십명을 앞질러 갔다. 겨우 추위를 잊을만 했으나, 결코 비닐을 버리진 않았다. *2시 31분(골. 오다이바) 마지막까지 쉬지 않고 뛰었다. 춥고, 배고픈 기억만 간직하고 처음 출전한 마라톤을 마쳤다. 5시간 19분 21초... 내 인생 처음으로 뛴 마라톤... 완주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내년엔 안나가고 싶습니다..^^;; |
옛동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