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26 17:27:28
저는 요즘 도쿄 당국도 처리방법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요란한 까마귀 소리에 아침을 느끼고, 서둘러 도쿄의 짧은 하루를 준비합니다. 현지에서의 적응을 위해 아침 식사도 일부러 보통 일본인들이 먹는다는 낫또라는 된장 사촌쯤 되면서도 끈적끈적한 것을 먹기로 했습니다.
우리 직원들도 저를 따라 억지로 시도는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내키지 않는 모습입니다. 냄새도 색깔도 우리 된장과 비슷한 것이 어쩜 이토록 입에 맞지 않는지 모를 일입니다. 이 낫또를 보면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본에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들게 느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본 시장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정보(IT)기업들은 많은 기대와 희망을 어깨에 짊어지고 출발했으나, 코스닥 시장의 붕괴와 마땅한 수익 채널 확보의 어려움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이런 현실 타개책의 일환으로 아직 우리보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활성화되지 않은 일본으로 사업선을 돌리려는 벤처들의 노력들이 시작되었고 그 중에 우리 디자인스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시장 역시 호락호락하게 우리를 받아들이는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극히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자세, 그로 인한 의사결정에서의 속도의 차이, 그리고 우리 기업들의 마케팅 경험 부족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웹사이트를 구축한다고 해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색깔과 프레임 구조 같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려면 우선 한국과 일본의 문화의 특수성과 차별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 오리지널을 숭배하는 일본 사회
일본 사회는 '오리지널(original)'을 참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회입니다. 라면 한 그릇에도 자기만의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먹고 나서는 오리지널 라면을 먹은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라면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대단하지만, 그 맛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사람들 또한 대단해 보입니다.
화이널 환타지라는 유명한 게임이 시판되던 날, 아키하바라는 그 게임을 사는 사람들의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회사도 가지 않고 게임 CD 한 장을 사기 위해 밤을 세워 기다리는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일까요?
라면이든 게임 CD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재미와 맛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오리지널을 향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포만감을 느낍니다. 그들은 오리지널이 나오기까지 공을 들인 사람들의 노력과 아이디어를 존중합니다.
◆ 대충대충 빨리빨리의 한국 문화
반면에 한국은 어떠한가요. 아직 오리지널이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리지널이 아니어도 괜찮은, 대충대충 빨리빨리 오리지날을 흉내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요.
흔히, 한국 벤처의 성공요인으로 기존 대기업의 상하 수직적 결정체제를 무너뜨리고 평등한 사고를 진행해 나간 것을 꼽습니다. 그렇다면 오리지널을 추구하며, 조심스럽게 문제에 접근하며 다양한 상황에 대해 준비하려는 일본에 과연, 한국과 같은 벤처문화가 존립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듭니다.
일본에서 벤처 사업을 하려면 소위 '대박'을 터뜨려 어떻게든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우리의 벤처정신과 어떻게 해서든 실패만은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에서 오는 위화감을 극복해야 하지만 이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살피는 그들에게 단순히 기술력이나 경험만을 바탕으로 적당히 넘기려고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입니다.
◆ 일본 진출 최소 2년 정도 준비해야
일본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업무 속도와 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주먹구구식의 준비와 '하면된다'라는 생각으로 3개월 혹은 6개월 내에 일본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사고는 일단 접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에서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적어도 2년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의심이 많고 꼼꼼하지만 일단 신뢰가 구축된 후에는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자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지요.
일본의 모 기업 CEO 만났을 때 그들은 우리의 웹에 관한 우리의 기술력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만큼의 높은 점수는 주지 않았지만, 노하우 색깔 등 일부 요소에는 높은 평가 점수를 주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독창성을 강조한 우리의 전략이 일단 성공한 것으로 자평했습니다.
◆ 자료를 미리 준비하는 체계적인 업무 체계 있어야
일본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일본기업이 가지고 있는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사업분야에 관한 시장성 및 업계동향 정도의 정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고객의 의구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자료를 미리 준비하는 체계적인 업무체계가 존재해야 비로소 그들의 의심을 조금씩 줄일 수 있으며,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신뢰와 신용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신뢰와 신용을 손쉽게 얻는 방법으로 일본 내 대기업과의 연계, 대기업과의 면식이 있는 CEO 내지는 전문 인력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기업이나 사람들을 만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어렵게 찾아온 기회에서 단 한건의 실수없이 결과를 도출해내는 일입니다.
우리의 된장과 일본의 낫또가 외형이나 냄새는 비슷하지만, 그 맛이나 느낌이 다르듯이 우리의 시장환경과 일본의 그것은 매우 유사한 듯하면서도 다릅니다. 일본이라는 특수하지만 매력있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심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2001년 2월 1일자 IT조선
-> 예전에 사장님 대신 이런 글도 쓰곤 했네요...^^;;;
저는 요즘 도쿄 당국도 처리방법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요란한 까마귀 소리에 아침을 느끼고, 서둘러 도쿄의 짧은 하루를 준비합니다. 현지에서의 적응을 위해 아침 식사도 일부러 보통 일본인들이 먹는다는 낫또라는 된장 사촌쯤 되면서도 끈적끈적한 것을 먹기로 했습니다.
우리 직원들도 저를 따라 억지로 시도는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내키지 않는 모습입니다. 냄새도 색깔도 우리 된장과 비슷한 것이 어쩜 이토록 입에 맞지 않는지 모를 일입니다. 이 낫또를 보면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본에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들게 느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본 시장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정보(IT)기업들은 많은 기대와 희망을 어깨에 짊어지고 출발했으나, 코스닥 시장의 붕괴와 마땅한 수익 채널 확보의 어려움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이런 현실 타개책의 일환으로 아직 우리보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활성화되지 않은 일본으로 사업선을 돌리려는 벤처들의 노력들이 시작되었고 그 중에 우리 디자인스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시장 역시 호락호락하게 우리를 받아들이는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극히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자세, 그로 인한 의사결정에서의 속도의 차이, 그리고 우리 기업들의 마케팅 경험 부족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웹사이트를 구축한다고 해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색깔과 프레임 구조 같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려면 우선 한국과 일본의 문화의 특수성과 차별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 오리지널을 숭배하는 일본 사회
일본 사회는 '오리지널(original)'을 참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회입니다. 라면 한 그릇에도 자기만의 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먹고 나서는 오리지널 라면을 먹은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라면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대단하지만, 그 맛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사람들 또한 대단해 보입니다.
화이널 환타지라는 유명한 게임이 시판되던 날, 아키하바라는 그 게임을 사는 사람들의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회사도 가지 않고 게임 CD 한 장을 사기 위해 밤을 세워 기다리는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일까요?
라면이든 게임 CD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재미와 맛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오리지널을 향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포만감을 느낍니다. 그들은 오리지널이 나오기까지 공을 들인 사람들의 노력과 아이디어를 존중합니다.
◆ 대충대충 빨리빨리의 한국 문화
반면에 한국은 어떠한가요. 아직 오리지널이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리지널이 아니어도 괜찮은, 대충대충 빨리빨리 오리지날을 흉내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요.
흔히, 한국 벤처의 성공요인으로 기존 대기업의 상하 수직적 결정체제를 무너뜨리고 평등한 사고를 진행해 나간 것을 꼽습니다. 그렇다면 오리지널을 추구하며, 조심스럽게 문제에 접근하며 다양한 상황에 대해 준비하려는 일본에 과연, 한국과 같은 벤처문화가 존립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듭니다.
일본에서 벤처 사업을 하려면 소위 '대박'을 터뜨려 어떻게든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우리의 벤처정신과 어떻게 해서든 실패만은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입장에서 오는 위화감을 극복해야 하지만 이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살피는 그들에게 단순히 기술력이나 경험만을 바탕으로 적당히 넘기려고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입니다.
◆ 일본 진출 최소 2년 정도 준비해야
일본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업무 속도와 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주먹구구식의 준비와 '하면된다'라는 생각으로 3개월 혹은 6개월 내에 일본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사고는 일단 접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에서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적어도 2년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의심이 많고 꼼꼼하지만 일단 신뢰가 구축된 후에는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자세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지요.
일본의 모 기업 CEO 만났을 때 그들은 우리의 웹에 관한 우리의 기술력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만큼의 높은 점수는 주지 않았지만, 노하우 색깔 등 일부 요소에는 높은 평가 점수를 주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독창성을 강조한 우리의 전략이 일단 성공한 것으로 자평했습니다.
◆ 자료를 미리 준비하는 체계적인 업무 체계 있어야
일본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일본기업이 가지고 있는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사업분야에 관한 시장성 및 업계동향 정도의 정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고객의 의구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자료를 미리 준비하는 체계적인 업무체계가 존재해야 비로소 그들의 의심을 조금씩 줄일 수 있으며,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신뢰와 신용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신뢰와 신용을 손쉽게 얻는 방법으로 일본 내 대기업과의 연계, 대기업과의 면식이 있는 CEO 내지는 전문 인력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기업이나 사람들을 만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어렵게 찾아온 기회에서 단 한건의 실수없이 결과를 도출해내는 일입니다.
우리의 된장과 일본의 낫또가 외형이나 냄새는 비슷하지만, 그 맛이나 느낌이 다르듯이 우리의 시장환경과 일본의 그것은 매우 유사한 듯하면서도 다릅니다. 일본이라는 특수하지만 매력있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심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2001년 2월 1일자 IT조선
-> 예전에 사장님 대신 이런 글도 쓰곤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