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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동견

자이언트

2004-09-03 13:26:06

회사를 옮겼을 때 느끼는 어색함과 분위기.. 예전보다 훨씬 덜합니다만, 오랫만에 한국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있다보니.. 색다른 느낌입니다.

2003년이 되면서 신규 프로젝트는 확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4명이었던 부서는 10명이 넘는 부서가 되었습니다. 그래봐야 10명이 이었지만.. 언제나처럼 막내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위로는 실장, 주사, 주임 들만 즐비했죠.. 제 밑으로 하나 받겠다는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네트웍을 잘 아는 친구로.. 그러나, 그나마 들어오게 된 것은 저와 동갑이었습니다. 동갑이라고는 하나 전문대 졸업에.. 당연히 군대 간 적도 없는 친구인 지라.. 경력은 이미 8년차였습니다.. 제가 이래라 저래라 지시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죠..

신규 프로젝트의 특성상 엔지니어라고는 하나 직접 제안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습니다. 영업이 반절, 제안이 반절 이었죠.. 대부분의 SI업체가 그렇지만 특별히 우리만의 솔루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 제품(메이커)을 판매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습니다.

멤버 누구도 이 쪽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처음엔 다들 명확한 비지니스 모델을 만드려고 노력들 했습니다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실장님의 인맥을 통해 약간씩의 영업이 이루어지는 정도 였습니다.

그러던중.. 5월이 왔습니다. 새로운 증원이 있었는데.. MBA출신이면서 기획실 출신의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나이는 36정도로 전형적인 오오사카 사람이었습니다.

오오사카 출신들은 특별한 구석이 많습니다. 말이 많으며.. 유모를 즐기고..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며.. 고집도 강하다고 합니다. 이 친구도 정말 그랬습니다. 아주 시끄러웠으며, 말을 가리지 않고 했습니다. 더하기.. 이 친구 대단한 자기중심의 이기주의자 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입니다만.. 도가 지나쳐도 보통이 아니어서.. 주위에 그와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다고.. 아니 일하다가 다들 도망간다고 하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키도 컸고.. 덩치도 좋았습니다. 회사 메일 어드레스가 일반적으로 자신의 영문이름이었습니다만.. 이 친구만 자이언트라는 별명으로 메일 어드레스를 지었습니다. 앞으로 이 친구를 자이언트라고 하겠습니다..

자이언트와의 만남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우선, 실장을 제외한 부서의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견에 따라야만 직성이 풀렸습니다. 맘에 안드는 사람은 위든 아래든 옆이든 상관없이 괴롭혔습니다..  

편하려면 무조건 자이언트에 붙어야 했습니다. 그안에서 살아남은자는 몇 안되었습니다. 저는 물론 살아남지 못하는 축에 들었죠.. 바르지 못한 것, 아닌 것을 맞다라고 할 만큼 좋은 성격의 소유자가 못되었기 때문입니다..게다가 처음부터 아예 자기 밑으로 들어오지 않겠냐고 오퍼가 왔을 때.. 단호하게 거절을 했기 때문에 더더욱..

잔잔한 호수에 태풍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드라마남편 (2004-09-03 14:55:39) 코멘트삭제
위에 상사가 골통이 있으면 밑에 사람 죽음입니다요..ㅋㅋ 저도 격고 있습죠.. 하지만.. 잘 구스리면 정말 좋은 백그라운드가 되죠..^^
쥔장마누라 (2004-09-03 23:37:38) 코멘트삭제
상사가 골통이면...ㅋㅋㅋ 잘 구슬려보기두 했지만, 보통 싸이코가 아니면...결국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게 되어 있죠^^ 그래서 결국 전 백수 1개월 째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