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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앨범

대지진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3월 11일 후쿠시마, 미야기쪽에 대지진이 났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슬슬 졸음이 쏟아질 무렵, 간만의 지진이 살~짝 오는가 싶더니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강도의 지진이...
4층 사무실에서 케비넷들이 춤을 추고 얹어져 있던 컵은 깨지고 사장실의 모니터는
책상 밑으로 뚝 떨어지고...
꽤 긴 지진 후 잠시의 공백...다시 흔들림...
가슴이 벌렁거리고 손과 발에 힘이 빠짐과 동시에 공포...
아무것도 할 수 없이 털퍼덕 주저앉아 일본인들의 이성적인 행동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습니다.
부장님이 인터넷의 뉴스를 틀었고 츠나미가 6미터 규모라며 잠시후 자동차가
츠나미에 휩쓸려 가는 모습의 화면이 나오고..
이러고 있을 짬이 없다는 생각에 일단 가방을 챙겨들고 세은이 학교로 향했습니다.
길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구 큰 건물들에서 헬멧을 쓴 사람들이
나와 줄지어 공원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택시를 잡고 세은이 학교로 향하였으나 차가 꽉 막힌 상태...
100미터 가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결국 대충 지리를 아는 곳에서 내려 학교를 향해 뛰기 시작합니다.
전화는 불통이고 인터넷만 되는 상황에 방과후 영어학원에 간 세은이가
3시에 학원에서 나갔다는 친절한 안내 메일만 도착합니다. ㅠ.ㅠ
이 지진중에 왜 나왔다는 얘긴가...
학교앞 학원에 뛰어와보니 선생님이 아는 언니가 세은이 픽업해서 학교에
보내놨다고...학교로 가 보라고...
학교에 가니 200명은 되는 아이들이 운동장에 선생님들과 모여 있는데
"엄마!!"
다행히 학교에 있었습니다. 친구 미키짱도 함께...
반가워하는 동시에 울음을 터트리는 애들...

일단 애들 양손에 꼭 쥐고 아빠 회사가 있는 이치가야까지 걷기로 합니다.
길에 차는 주차장 상태이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양방향으로 걷고 있습니다. 
약 1시간을 걸려 아빠 회사까지 걸어왔고 당일 옆동네 사는 빨간 우리차 양도자분이
차를 가지고 기다려 주시는 바람에 이제 집에 가는 일만 남았다 싶었는데...
길이 주차장입니다.
결국 7인승 빨간차에 탄 9인의 사람 중에 아이2명과 나만 빼고 모두들 걷는 쪽을
선택합니다.
100미터 나아가는데 1시간은 걸리는 것 같은 느낌...황궁을 지나 긴자쪽으로 가니
길이 뚫립니다. 그쯤 걸어가던 아빠는 운좋게 빨간차를 발견, 다시 차에 탔습니다.
이렇게 해서 집에 오니 7시 30분....
일단 아빠는 집 상태를 보러 올라가고...다행히 비상용 엘레베이터 1대가 운영되어
25층까지 걸어올라오지 않아도 됐습니다.
엄마는 보육원으로 채은이 픽업을 가고...
보육원에는 아직 10여명의 아이들과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싱크대의 식기서랍이 열려있는 것과 내 골프가방이 넘어진 것 빼고는
말짱합니다.
진도 5강의 지진에 52인치 테레비가 쓰러졌을까, 8장의 통 유리에 금이라도 가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말짱...


보육원 선생님이 위험할지 모르니 집에서도 방재두건을 쓰고 있으라 했다고
라면 먹을 때도 쓰고 먹는 채은...


너무도 무섭고 무서운 경험...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지진 공포, 방사능 공포...
눈을 감았다 뜨면 아무일도 없는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